Yeyeong So
[프리즘] 대학 입시에 미치는 의대 증원의 여파
2025학년도 대학입시가 9월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우리는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교육을 중시하는 나라임은 틀림없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수차례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절찬했고, 지금도 임윤찬, 조성진 같은 한국의 젊고 우수한 음악인을 길러낸 교육에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걸맞게 대입 수능을 보는 날에는 우리 국민은 출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수능 듣기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항공기 소음까지도 금지하는 수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필자가 아는 한, 우리나라 교육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이해를 못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가 교육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은 독자들은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수년 전까지 우리 교육을 다루는 TV 다큐멘터리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에피소드가 1964년 '무즙 파동'이다. 당시 서울시 중학교 입시 문제로 엿을 만드는 엿기름 대체 성분에 대한 물음에 대한 출제위원회의 정답은 '디아스타제'로, '무즙'을 선택한 학생은 0.X 차이로 당락이 치열한 경기중학교에 떨어지게 된다. 무즙으로 직접 솥에 엿을 만들어 보이는 학부모 항의 소동을 거치고 법정까지 가서 불합격 수험생들은 구제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부정 입학 사실이 발각되어 청와대 비서관, 문교부 차관, 서울시 교육감 등이 물러났다. 이후 1968년에도 중학교 입시 문제에 유사하게 '창칼 파동'('목판화를 새길 때 창칼을 바르게 쓴 그림은?'이라는 문항에 복수의 정답 시비)을 겪음으로 서울의 중학 입시제도가 무시험으로 바뀌게 된다. 입시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까지도 국제중학교의 비교 내신 폐지나 특성화 중학교 외에도, 특목고, 자사고, 영재고 등 지정 혹은 취소와 같은 교육 정책을 둘러싸고 지금도 공정성 논쟁 중이다.
대학 입시가 1980년까지의 예비고사-본고사에서, 이후 본고사를 폐지하고 1994년까지는 과외 금지조치가 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단행되면서 학력고사로 대체되고 2년간 논술까지도 가미했지만, 사고력 평가는 불안정했고, 입시경쟁이나 사교육은 격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1995년 수능이 도입되고 논술을 포함, 내신성적을 함께 대입에 반영하는 체제에서, 고교평준화에 대한 변화, 상대/절대평가/등급제 검토, 수시/정시모집제도 운용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교육개혁안이 시행되어 온걸 보면 합리적 입시에 대한 깊은 고민은 말할 필요도 없을 듯싶다. 현재는 수능·내신·학생종합부의 3가지를 입시 평가 기준으로, 그 중심은 수능에서 학생부로, 정시에서 수시모집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의료 대란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도 의대 증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의대의 증원 여파는 의대생 등록 거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의료 시스템도 그렇겠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입시에 의대 증원 불확실성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의대를 포함한, 약학, 치과 등 의학 계열로 혹은 첨단학과, 계약학과와 같은 이공계열로 상향 지원이 예상된다는 입시 전략과 함께 N 수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능이 어려워지면 수시의 최저 학력 기준을 못 맞추는 학종(학생부 종합) 전형이 대거 양산되면서 정시 이월이 사상 최대가 될 거라는 예측에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온도 차가 있긴 하나, 일부 비수도권 교육청에서는 의대 진학 맞춤형 수업을 관내 고등학생에 제공하는 등 지역 의대 증원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 바람직하다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증원된 의대 입시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슨 흠이 될 것인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동량들이 수도권의 의대 입시에 매진하고, 더군다나 정신과, 피부과, 성형, 재활의학 같은 돈 되는(?) 전공만을 택한다 한들 기성세대 중에 누가 나는 나라의 장래를 걱정했다고 충고할 수 있겠는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