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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Article] Prof. Sung Soo Kim`s Article Published on Joongdo Website!

김성수

[프리 즘] 후쿠시마 원전 드라마 '더 데이즈'가 주는 교훈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만 늦게 공개되어 구설에 올랐던 일본 드라마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7일간 이야기를 다룬 『더 데이즈』 이다.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가뜩이나 여야의 의견이 맞서 있는 상황에 원전사고를 다룬 드라마가 공개가 늦어졌으니 정부의 사전 검열설이나, 주요인사 개입설이 돌고 있는 모양이다. 드라마의 내용은 2011년 3월 동일본 지진과 해일의 영향으로 냉각 기능을 상실한 원자로가 폭발을 일으키고 이를 막으려 했던 사람들 이야기다. 드라마가 사실에 기반했다는 자막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사고 대응 과정에서의 일본 정부와 원자력관련 위원회, 전력 회사 관계자 사이에 긴박한 상황은 드라마틱(?)했다. 명문대 (동경대 경제학부) 출신의 비전문가는 무용지물의 고위직이었다든가, 후쿠시마 원전 피해 예측 보고를 접수한 공무원이 십수년 전 방사능 누출 사고의 피폭 보고서를 작성하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었던 본인이었다든가, 지역과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는 직원과 그러하지 못한 인간적 상황, 또 이를 두고 고뇌하는 현장의 리더 등은 역시 논픽션 드라마의 빠지지 않는 요소였을까 싶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우리 언론에서는 필자의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점들을 분석, 보도했다. 그 중에는 의사결정과정을 포함한 일본 정부의 대응 효율성, 자국민을 포함하여 대외적 정보 공유 정확성, 민영 전력회사의 이익 추구와 그 공공성의 한계 등 우리가 당연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항을 포함하고 있었고, 그 중에 필자가 주목했던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검색을 해봤지만 찾을 수는 없었으나) 일본 사회의 독특한 점으로, 일어날수 있는 상황을 매뉴얼화하여 대응하게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를 시작한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던 기저에는 매사 꼼꼼히 기록하고,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으며, 본인의 분수껏(?, 故 이어령 선생은 이것을 가외(可畏)라고 했다) 부지런하게 일하는 일본인의 속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비상 상황을 사전에 체크해서 매뉴얼화하고 그 매뉴얼에 따라 신속 대응이 가능했던 경우에서는 이런 일본의 힘이 발휘되었고, 국가 경제에서도 성과를 거두면서 세계적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전자기기, 자동차 등 과거 우리가 접했던 많은 일본 제품들에서 이런 일본 사회의 속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다. 달리 말하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담당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었건만, 지진이 나고 해일에 의한 디젤엔진의 전원이 끊긴 경우와 같이 예측이 쉽지 않은 경우는, 대응 매뉴얼 없어서 우왕좌왕하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십수년전 방사능 관련 공장에서 피폭에 의한 보고서를 찾아서 원전 피해 예측 보고를 할만큼 꼼꼼한 일본인들이 정작 신속함이 필요했던 원자로 냉각은 바닷물을 끌어오거나 배터리로 전원 대응 등의 임기응변은 취하질 못했다. 이제부터 수십년 이상, 오염수 방류를 포함하여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니, 현명하게 대응하여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기를 바랄 뿐이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예측하기가 어려워 대응 매뉴얼이 없는 경우가 비단 후쿠시마 원전 사고 뿐이었겠는가? 세상에 정답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원전사고에서도 보듯이 원자력이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적절한 에너지인가, 탈원전인가 등의 문제에도 단순히 정답이 있을 지 의문스럽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정답이 있는 것처럼 문제를 내고 맞히지 못하는 경우는 열등하며, 우등생만이 행복할 것처럼 교육한다. 정답을 가진 문제만을 풀어온 우등생은 혼자만 정답을 맞히려고 찾다가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저출산율, 수도권집중, 학생과 교사의 인권 갈등, 백년대계라는 교육 등등 어디 정답이 있는가? 생각해본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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