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프리즘] 백년지대계 교육과 골든타임의 기후변화
관포지교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혼란했던 춘추시대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춘추오패(春秋五覇), 제환공을 만든 명재상 관중과, 그 관중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고 밀어준 진실한 친구 포숙아의 우정에서 유래하는 말로서, 관중과 포숙아는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도 절찬했던 인물들이다. 이 관중의 『관자(管子)』 라는 책에 '1년 계획에는 곡식을 심는 만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에는 나무를 심는 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을 위한 계획(終身之計)에는 사람을 심는 만한 것이 없다. 한번 심어 백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一樹百獲者人也)' 라는 구절이 있다. 제나라를 춘추시대 제일의 패권 국가로 만든 정치가의 교육 철학이었던 모양이다. 또한 관중은 백성의 창고가 가득해야 예의를 차린다는 실용적 경제 관념을 가진 정치가로도 알려져 있다. 하나를 심어 백을 거둔다는 구절에서, 사람을 심는다는 의미의 교육이 백년지대계와 같은 해석이 나온 듯싶다.
요즘 비수도권 대학들은 5년간 1000억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이라는 정부 사업에 기대와 걱정이 많다. 지난 5월 말로 마감된, 10개교를 선정하는 올해 1차 지원은, 국립대 중에는 80% 이상, 사립대는 97%, 2개 이상의 통합추진으로 공동 신청이 27개 대학으로 10대1이 넘는 경쟁률이다. 학교 간의 통합, 국립대의 도립, 시립으로의 전환, 정부출원연구원과의 통합 등 과감한 구조조정과 자기 혁신을 제시해야 선정될 수 있다는 정부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부담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지방대의 혁신을 유도하는 국가 프로젝트라고 하고, 선정 여부에 따라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기도 하고, 정해진 가이드 라인에 맞춘 모범 답안에 대한 요구도 아니고, 글로컬대학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대학이 알아서 하라니,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이다. 9월까지 선정 위원회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예비 지정, 본지정 과정을 거친다고 하니, 신청대학들은 준비하면서 지켜볼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 혁신을 포함한 교육 개혁은 교육부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주요관심사일 것이다. 인공지능, chat GPT 로 상징되는 디지털 시대의 교육은 어느 나라에서건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인구감소, 지방 소멸이라는 특수 상황에서야 그 중대성은 말할 것도 없다. 며칠 전엔 대통령의 수능 문제(킬러문항?)에 대한 언급이 일파만파 파장 중이다. 어찌 보면, 프랑스의 대입자격 시험이라는 바칼로레아의 문제가 당일 프랑스인들 저녁 자리에 주요 화제인 것과 흡사해 보이지만, 바칼로레아의 인생 철학 문제와 우리 수능의 킬러문항의 결은 꽤 달라보인다. 교육 관계자들은 흔히들 지금이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골든타임 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교육은 자식을 명문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의 문제만도 아니고, 공교육의 실효성이나, 학생들이 인서울 대학으로, 공대보다 의대로 (의사들은 소아과, 산부인과 보다는 정신과, 피부과로) 몰리는 상황만을 논할 것도 아닐 것이다. 교육을 통해 건전한 정치,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먹고 살기만을 위한 산업 경제력만이 아니라 수준 높은 문화를 겸비한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 경쟁력이 다시 교육 혁신으로 연결되는 순환 구조의 군데군데 경고 신호들이 들어오고 있다. 혹시 2600여 년 전 관중이 본다면 우리 국민들은 창고를 못 채운 걸까? 채워도 예의를 모르는 걸까?
흡사, 기후 위기에 엄청난 자연재해를 발생시키고 막대한 재산손실이 있고, 인류 생존 적신호에도, 화석에너지를 줄이거나, 경제적 이익을 절대 버리지는 못하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지구 온도 상승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도 한다. 기후변화대응도 골든타임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려면 미래에 대한 걱정만이 다가 아닌 것처럼, 교육도 직업훈련만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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